최근 눈에 띄는 '사과'가 두번 있었다.
하나는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가 서비스하는 '에픽세븐'의 유저 간담회 였고, 다른 하나는 배달의 민족에서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올린 사과이다.
각각 사과를 올리게 된 경위가 다르고, 사용자의 불만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도 다르지만, 이 둘의 '사과의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첫번째 이슈로 가져왔다.
먼저 이 두 사건(?)의 개요를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기사를 링크해 두었으니 내용을 모르는 독자라면 기사를 먼저 읽어보고 오면 좋겠다.
배달의 민족 유명인 쿠폰 사과하고 중단해도... 이용자들 탈퇴 움직임
https://www.i-boss.co.kr/ab-2877-3231
에픽세븐, 운영 논란에 간담회 진행..."이용자에게 진심으로 사과"
http://www.zdnet.co.kr/view/?no=20190716121958
먼저 배달의 민족이 취한 사과의 방식은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그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공지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였으며, 보통의 경우 기업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 또는 이용자에게 사과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사과문에 담겨진 글은 딱히 문제가 있다고 꼽을 만한 부분도 없었다. 오히려 여타 기업의 사과보다는 좀더 정확하고, 겸손하게 읽혀지는 사과문에 가까웠다. 하지만, 사용자는 그 사과문을 읽고 납득하고 이해되기 보다는 어처구니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배달의 민족이 사용자의 불만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이며, 사과문의 내용에서도 그런 점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배달의 민족 사용자들은 이번 연예인 쿠폰 무더기 발급건에 대해 '내가 못받았으니 섭섭하다.' 거나 '연예인들에게 쿠폰을 나눠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라는 이유로 불만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배달 앱'에서 까지 보통 사람은 좀 더 특별한 사람들에 비해 차별 받았고, 그로부터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인 것이다.
'내가 유명인보다 더 많이 사용하고, 더 애정을 갖고 이용했으나 그들은 유명인이고 나는 일반인이기에 무시당했다.' 라는 것이 쟁점이었다.

때문에, 이들이 사과문을 통해 쓴 "쏜다 쿠폰은 받은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라, 받은 사람이 다시 그 주변에 나누어주는 기쁨, 함께 나눠 먹는 즐거움을 기대하며 5년 전부터 해온 일" 이라 언급하는 것은 '우린 이렇게 좋은 뜻을 갖고 쿠폰을 발행한 것이고, 5년 전부터 꾸준히 해왔는데 왜 이제서야 불만을 토로하느냐.' 라고 읽혀진다. 또, "유튜버, 블로거, 인플루언서들에게 제공됐고,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고등학교, 대학교를 찾아가기도 했다."라는 것은 '홍보 효과가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쿠폰을 제공했다. 우리는 마케팅 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라고 이해된다. 마지막에서 "앞으로 '쏜다쿠폰'은 전면 중지하고 ~ 혹시 특혜로 해석될 일들은 없는지 모든 일들을 다시 점검하겠습니다." 라는 것은 '당신들이 불만을 표시한 서비스는 그냥 하지 않겠다. 원래 특혜는 아닌 마케팅 활동이였으나 당신들이 특혜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다른 것들도 확인하고 조치하겠다.' 라고 이해된다.
아마 이 글을 보면 배달의민족 담당자는 답답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의미로 쓴 사과문이 아닌데, 너무 왜곡해서 이해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이 잘못된 소통의 핵심이다.
'사과문' 이라는 것은 '우리가 문제의 원인을 찾았고, 그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 라는 팩트와 계획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행동했고, 그로 인해 여러분이 어떻 마음이(생각이) 들었고, 그로 인해 어떠한 피해나 상심을 받았는지 잘 이해하였고, 이부분을 무조건 반성하며, 사용자를 더 깊이 생각하고, 고려하지 못한 우리가 잘 못했다. 찾아보니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 되었으니 앞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고쳐나감으로써 사용자 여러분이 더이상 마음 아파하고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라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즉, 사과를 통한 소통은 전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동질감을 느끼려고 노력하고, 원인의 잘잘못을 따져서 잘못했으니 사과한다. 가 아닌 나로 인해 네가 상처를 입었으니 바로 그것을 사과한다. 가 되야 적절한 소통인 것이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의 사과를 비롯해 대부분 기업이나 유명인, 정치인들이 문제가 생길때마다 대중에게 내놓는 '대국민 사과문'은 내가 이러저러 했는데, 팩트를 알아보니 이런저런 것이 잘못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니 난 그 잘못된 부분을 사과하고 고치겠다. 나머지 부분은 내 의도와는 달리 대중이 잘못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바꿔보려 노력하겠다. 라는 식으로 흘러간다.
사과문 안에서도 자신의 잘못은 최대한 줄여보려 노력하고, 상대의 상처가 아닌 자신의 행동의 잘잘못을 따져 잘못된 것만 꼭 찝어 사과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처 받은 상대, 대중, 사용자, 국민은 사과문 안에서도 이해되지 못하거나 그냥 의도를 잘못 해석한 못난이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또다른 예로 꺼내 들고온 '에픽세븐'의 유저 간담회는 어떠했을까?

일단 간담회 내용만 놓고 보면 '문제가 있음을 일찍히 알았고, 사용자들은 모르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열심히 고쳐왔고 대응해 왔다. 이해해달라.' 라는 부분이 많아서 아쉽기는 매한가지 이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이들은 불만을 갖고 있는 사용자를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고, 얼굴을 마주하고 불만을 듣고 설명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간담회를 통해 모든 사용자의 의견을 들을 수는 없다. 이는 물리적, 현실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 이번 간담회에 초청한 사람은 불만이 있는 사용자중 극소수에 불과했을 것이고, 그들이 모든 사용자의 의견을 대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라는 행동을 취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사용자들이 젊잖게 불만을 표현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매우 날카로운 질의가 있을 것이고, 즉각적인 답변이 허술하면 욕을 먹거나, 더 집요한 질문을 받거나, 불만을 듣게 될 것이라고 예상 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알 듯, 사과할때 가장 맘 편한것이 짧은 문자로 보내는 사과일 것이고, 가장 불편한 사과는 얼굴을 마주하고 하는 사과일 것이다.
비록 대표성을 갖을 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문제가 심각해지고 나서 수일 내 간담회 자리를 빠르게 마련했으며,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참석한 사용자들이 나름 만족하거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담회를 이어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저녁 7시에 시작한 간담회는 3시를 넘어서까지 이어졌다고 하며, 이 모든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했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서로 다른 형식의 사과의 방법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업체가 생각하는 '사과의 목적'이 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은 발생한 문제(연예인 쿠폰 퍼주기)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사용자들에게 사과해 불만 제기를 단속하려 하였고, 스마일게이트는 추락한 사용자들의 신뢰를 간담회를 통해 회복하려 하였다. 이처럼 목적이 다르기에, 배달의 민족은 문제가 된 쿠폰 서비스를 빠르게 없에버렸고, 스마일게이트는 사용자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고 게임유저라면 충분히 불만을 갖을 수 있다는 것에 동감하면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치밀한 운영 뿐만 아니라 게임유저와의 소통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사과'는 어떤 형식을 갖던 사과하는 사람의 의도가 의외로 또렷히 들어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그 어떤 소통보다 진솔해야 하고, 상대를 이해해야 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진심이 담겨야 할 것이다.
